
파트장을 사다리타기로 정했다.
팀장님이 프론트엔드는 파트장이라는 직책으로 한 명이 맡아서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안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론트엔드 팀원은 3명 다 얼레벌레한 신입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당연히 신입만 있던 건 아니었다.. 5년차 프론트엔드 팀원이 팀장 직책으로 뽑혔었는데 자기는 그런 말 들은 적이 없다고 넘 부담스럽다며 도망쳐버렸다ㅋ_ㅋ)
그래서 사다리를 탔고 내가 걸렸다. 솔직히 너무너무 막막했다. 내가 팀원들 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수가 있지 하는 마음도 있고,, 그리고 나는 나서는 것보단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첫 회사에서 파트를 챙기라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했다.
그런데 그게 벌써 반년 전 일이다..!
디자인 시스템과 모노레포
제일 큰 일이었다.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같은 컴포넌트를 복사해 쓰는 일이 반복됐고, 여기저기서 코드의 불일치가 발생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공통 패키지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노레포 도입을 제안했다.
문제는 제안한 사람이 나였고 그리고 파트장(..)이었기 때문에 이 전체 구조와 계획을 내가 잡아야 했다.
어떤 패키지로 나눌지, 마이그레이션 순서는 어떻게 할지, 일은 어떻게 나눌지. 사수도 없어 길잡이가 되어줄 사람도 없었고 팀원들도 모두 신입이었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회의를 하면서 각자 자료를 가져오고 논의를 한 후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항상 이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회사에서는 우리 말고 아무도 모르기떄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도입하고 싶은것들을 도입할수 있었다..ㅋㅋ)
그렇게 많은 논의 끝에 디자인시스템과 모노레포를 도입하게 되었고 결과는 아래와 같다!
- 공통 패키지 8개 (
@repo/ui,@repo/icons,@repo/goservice등) - 공통 컴포넌트 430개 이상을 5개 서비스에서 공유
- 공통 코드 import 3,575회, 1,001개 파일에서 사용
- 서비스마다 따로 만들었을 컴포넌트 중복 약 80% 제거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에 들은 말이 하나 있다. "프로젝트 설계에는 보람님이 꼭 필요하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힘들었던 마음이 싹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
우리 회사는 처음에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비슷한 컴포넌트들이 생겨났고 개발자인 우리는 이걸 더 나은 방향으로 가져가려면 디자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력 피력했다.
도입을 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빌딩해야 했다는 것이다.(디자이너도 개발자도..)
그 사이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의견이 자주 부딪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나였던 것 같다. 사람과의 분쟁을 거의 살면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힘들었고 가운데에 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제발 그만 싸워..!)
코드 문제였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
이건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서, 회의 때마다 양쪽 의견 정리하고, 조율하기를 반복했다. 사실 디자인적인 부분은 입사하기 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라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의견 피력을 못했을지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하나씩 의견을 조율해간 1달이 넘는 시간들이 나에게 큰 배움이 되었던 것 같다. 디자인 시스템이란 이런 거구나...!
우리끼리 QA
기존 프로젝트 전체를 새 디자인 체계로 다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큰 일이었다. 모든 화면을 다 점검해야 했는데, 화면이 워낙 많다 보니 꼼꼼히 작업한다고 해도 작업하면서 놓치는 게 계속 나왔다.
그래서 실제 QA 들어가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잡기로 했다. 서비스별로 공통영역을 나누고, 노션 표에 발견한 문제를 버그/개선/디자인 라벨로 기록하면서 점검했다. 한 번으로 안 끝나서 여러 번 돌았던 것 같다. 거의 한달간 매주 QA를 진행하고 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아쉬운 것
전체 화면을 다시 만들면서 우리는 이 서비스를 누구보다 많이 실사용해보면서 UX적인 한계와 불편함이 계속 보였다. 고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형태는 최대한 기존과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 일정이 촉박했고, 윗선에서 디자인 수정을 원하지 않았다. 개편 목표가 디자인 체계 통일이지 UX 개선이 아니었으니 이해는 되지만 "여기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는데"를 알면서 그대로 두는 건 꽤나 답답했다.
그렇지만 다음에 개선 기회가 오면 그때 근거로 쓰려고 불편했던 지점들은 기록으로 남겨뒀다..!
파트를 굴러가게 하는 일들
- 매주 월요일 11시 주간 회의 — 이번 주 태스크 정리, 이슈 공유, 회의록 기록
- 매일 10시 데일리 스크럼 — 오늘 할 일과 어려운 점 공유
- 매일 오후 2시 반 배포 — PR 머지 확인하고 3개 서비스 배포
- GitHub 이슈·마일스톤 정리, 팀원 업무 배정, 매달 PR 리뷰 당번 로테이션
- 매주 목요일 아침 8시 반 스터디 — 모던 리액트 Deep Dive + 개별 주제 발표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데 규칙들이 쌓이니까 파트가 굴러갔다.
회의록, 컴포넌트 정리 문서, QA 표, 스터디 자료. 반년 치가 쌓인 위키를 보면 꽤 뿌듯하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반년 전엔 사다리에 걸려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회의를 이끌어가는 것도 처음보단 확실히 덜 무서운 것 같다. (처음엔 벌벌 떨렸는데 말이다) 잘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근데 위키에 쌓인 반년 치 기록을 보면 뭐라도 하긴 한 것 같다.
다음 반년에는 미뤄둔 UX 개선을 밀어붙여보고 싶다!